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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letter/Zerohedge

이라크 원유 공급 중단, OPEC 여유 생산능력의 민낯이 드러날까요?

요즘 원유 시장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라크가 이미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는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점점 막혀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현재 하루 약 150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태고, 상황이 계속되면 그 수치가 하루 300만 배럴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당국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300만 배럴이요. 전쟁이나 국제 제재 없이 이 정도 규모가 갑자기 빠진다면, 현대 원유 시장 역사상 손꼽히는 공급 충격입니다.

이라크, 원유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가요?

간단히 짚고 넘어가면, 이라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최근 OPEC 집계 기준으로 400만~430만 배럴 수준입니다. 수출은 보통 하루 320만~340만 배럴인데, 대부분 남부의 바스라 항만 터미널을 통해 나갑니다. 그리고 이 물량의 약 3분의 2를 중국과 인도가 싹쓸이해 가죠.

즉, 이라크는 아시아 전체 에너지 공급망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질유 핵심 공급국입니다. 우리나라도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걸 생각하면,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거죠.

수출의 핵심 엔진은 남부 유전들입니다. 루마일라 유전 혼자 하루 130만 배럴 이상을 뽑아냅니다. 웨스트 쿠르나 1이 하루 60만 배럴, 웨스트 쿠르나 2가 약 46만 배럴, 주바이르가 70만 배럴 설계 용량, 마이산 복합단지가 약 30만~35만 배럴. 이 유전들이 이라크 수출 대부분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만약 300만 배럴이 빠진다면, 사실상 이 남부 시스템 전체가 멈추는 겁니다.

"OPEC이 빈자리 채워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 뭐, 말은 쉽죠

당연히 이 질문이 나오겠죠. OPEC에 여유 생산능력(스페어 캐퍼시티)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설명해드리자면, 지난해 12월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관련 개념을 새로 정리했습니다. '최대 지속 생산능력'은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갔을 때 1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생산 한도고, '유효 생산능력'은 90일 안에 실제로 가동해서 유전이나 인프라 손상 없이 유지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90일'과 '1년 안에'라는 표현을 잠깐 곱씹어 보세요. EIA가 스페어 캐퍼시티 계산에 쓰는 건 이 두 번째, 즉 90일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구멍을 메울 수 있냐고요?

90일 기준으로 OPEC 전체의 유효 여유 생산능력은 약 300만~400만 배럴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물량의 거의 전부가 딱 두 나라에 몰려 있어요. 사우디아라비아가 약 200만 배럴, UAE가 약 80만~100만 배럴. 나머지 OPEC 회원국들은 사실상 들러리 수준입니다.

이라크 손실이 300만 배럴에 가까워진다면? 그건 여유분을 꺼내 쓰는 게 아니라, 여유분의 한계치를 정면으로 두드리는 상황입니다. 그것도 사우디와 UAE, 단 두 나라에 전적으로 기대면서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 기름의 '종류'가 다릅니다

원유라고 다 같은 원유가 아닙니다. 이라크 수출 원유는 대부분 중질·고황 원유(medium and heavy sour)입니다. 이라크산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중국·인도 정유소들은 이 무겁고 황이 많은 원유에 맞춰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우디나 UAE가 더 가벼운 원유를 내보낸다고 해서 그게 바로 대체재가 되는 게 아닙니다. 원유 종류가 달라지면 정제 수율, 디젤 생산량, 정제 마진 전체가 틀어집니다. 실제로 지금 중질유 가격 차이(디퍼런셜)가 좁아지는 현상이 이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눈치챈 거죠.

그리고 마지막 함정 — 기름이 배에 실려야 가치가 있습니다

사우디와 UAE가 수도꼭지를 틀어준다고 해도, 그 원유는 결국 어딘가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이동 경로가 바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해협 통행이 느려지면, 보험료가 폭등하면, 유조선이 입항을 꺼리면 — 문제는 생산 능력이 아니라 물리적 운반 능력으로 옮겨갑니다. 유전에 여유 생산능력이 있다는 게, 그 기름이 배에 실려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앞서 말한 90일이라는 시간도 생각해보세요. 300만 배럴짜리 공급 충격은 생산자들에게 여유롭게 증산을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시장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동안, 생산자는 압박 속에서 대응해야 합니다.

결론: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네, OPEC은 서류상 스페어 캐퍼시티를 갖고 있습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라크 공급 차질이 300만 배럴에 가까워지고 그 상태가 이어진다면, 논의의 초점은 '총 여유 생산능력이 얼마냐'에서 '지금 당장 올바른 품질로, 실제로 움직이는 선박 위에 얹힐 수 있는 배럴이 얼마냐'로 빠르게 이동할 겁니다.

그게 실제 안전 마진이고, 헤드라인 숫자가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좁습니다.

공식 발표를 그대로 믿고 "OPEC이 다 해결해줄 거야" 하고 안심하는 분들 — 뭐,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만, 지금까지 그런 믿음이 시장에서 보답받은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각자 생각해보시면 좋겠네요.


원문: https://www.zerohedge.com/energy/iraqi-supply-loss-could-expose-real-limits-opec-spare-capa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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