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에 세웠던 4개의 목표 중 1개만 성공했다. 그러나 목표하지 않았던 뜻밖의 성과도 있었는데,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을 합쳐서 약 1억 원 정도 수익 실현을 했다. 그러나 그 자신감에 취해 2026년 초에 사고를 한 번 쳤다. 그래서 늦기 전에 작년 회고(a.k.a 반성)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맞다.
각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내온 과정과 결과를 정리해보자.
1. 운동 습관 기르기 - 유일한 성공
2023년 여름, 인생 처음으로 거주지를 경기도로 옮긴 이후 2년 동안 운동 루틴을 잡지 못했다. 적당한 헬스장을 찾지 못했고, 심지어 갑자기 수영에 꽂혀서 수영을 몇 개월 배우다 말기도 했다. 퇴근 후에 운동을 먼저하자니 너무 배고프고, 저녁을 먼저 먹자니 집에 들어오면 다시 나가기 싫어지고.. 이런 쓸데 없는 고민만 2년을 했다.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헬스장에서 매일 오전 20분씩 러닝머신을 뛰고 출근을 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몇 시간씩 운동을 하기는 어렵지만, 퇴근 후 시간이 온전히 내것이 된다는 장점이 크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질 때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루틴을 1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2년간의 고민거리가 사라졌으니,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성공적인가?
교훈 : 다음에 이사를 또 하게 된다면, 운동 루틴은 최대한 단순하게 가자.
2. 토플 점수 따기 - 시험조차 치지 않았음
모의고사 책까지 사서 출퇴근길에 어려운 영단어를 열심히 외웠는데, 결국 시험을 치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환율이 올라 응시료가 30만원을 훌쩍 넘겼다. 둘째, 이게 본질적인 문제인데, 도대체 뭘 위해 쳐야 하는지 스스로 답하지 못했다.
애초에 토플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2024년 12월 계엄령이었다. 나라에 크게 실망하면서 막연히 ‘탈조선’ 충동이 들었다. 그런데 그 막연함이 문제였다. 감정적으로 시작한 목표는 ‘미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대학원을 알아보지도 않으면서 무작정 토플만 공부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고, 높은 비용 앞에서 너무 쉽게 포기해버렸다. 사실 대학원이 필요했으면 높은 비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심풀이로 치기에는 높은 비용이었던 것이다.
교훈 : 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현실 회피가 아닌 미래를 위한 전략이어야한다. 목표를 이루었을때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3. 이직하기 - 이직하지 않기를 선택함
여느 직장인처럼 매년 세웠던 목표다. 그러나 2025년에도 이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꽤 의미있었다. 처음으로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 커피챗을 직접 요청하는 용기를 냈다. 모두 따뜻하게 대답해주었고, 커리어에 대한 걱정과 호기심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편의상 2025년에 재직 중이던 회사를 A, 면접을 본 나머지 회사들을 B~E라고 부르겠다.
- B사 : 오퍼를 거절한 회사.
돈도 많이 버는 회사였고, 훌륭한 수준의 오퍼를 주었다. 그러나 연봉 외에 내가 얻을 것이 보이지 않았다. 기업이 해결하는 문제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누구에게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으나 나에게는 아니었다. 게다가, 함께 면접을 본 사람들에게서 반짝이는 똑똑함을 느끼지 못했다. A 팀의 팀원들이 더 똑똑하다고 느꼈다. 결국 오퍼를 거절했고, A 회사에서 동일한 수준의 연봉을 맞춰주었기 때문에 후회는 전혀 없다. 그러나 그런 도메인에서 그만큼의 매출과 이익이 나온다는 사실에 꽤나 큰 충격을 받으며 또 겸손해지는 계기였다.
- C사 : 유일하게 서로 눈이 잘 맞았지면 연봉이 안 맞은 회사.
내가 직접 지원해서 최종까지 합격했다. 서로의 니즈가 굉장히 잘 맞았고, 면접관들도 똑똑해보였다. 함께 일하면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결이 비슷한 사람들 같아보였다. A 회사에서 배우지 못한 것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B사 수준의 연봉을 요청하기 어렵다며 거절당했다.
- D사 : 불합격했지만 배운 것이 있는 회사.
높은 연봉으로 유명하지만 혹사시키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 준비했던 포트폴리오로 대충 제출했는데, 면접관이 그걸 하나하나 뜯어보며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무방비 상태였던 나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나중에 회고하면서 깨달은 건, 그 면접관이 내 포폴을 미리 읽고 들어와서 소위 ‘떠먹여주는 질문’들을 몇가지 던져줬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긴장한 나머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좀 웃기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D사에 갔으면 회사만을 위한 노예처럼 살았을테니, 불합격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 E사 :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
“이런 커리어를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면접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나를 적극적으로 꼬셨다. “어떤가요 관심이 좀 더 생기셨나요?” 등등의 멘트로.. 당연히 합격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최종에서 갑자기 불합격했다. 내가 분위기를 잘못 파악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스타트업 초기 멤버 출신인 내가 큰 조직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나도 걱정이긴 했다) 마지막까지 다른 지원자와 저울질했던 것 같고, 연봉을 고려해서 불합격처리 되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가장 아쉬웠다. 연봉도 나쁘지 않으면서 워라밸도 좋은 편이라,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6년에 들어서 마음이 맞는 회사를 찾아 이직하게 되었다. 1억원의 연봉을 제안해주신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다. 이직 과정을 돌아보며 드는 질문이 있다. 나는 결국 연봉을 중심으로 움직인 걸까? 그렇다면 D사에 재지원을 했어야했는데, 그럴 마음은 전혀 없다. 나는 아마 적당히 높은 연봉에 적당한 개인 시간을 원하는 것 같다.
한 줄 정리 : 돈 많이 준다고 혹사시키는 회사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걸 알아냈다. (잠이 꽤 많은 편이라)
4. 자아실현하기 - 추상적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시작이 반이니까 절반 성공한 걸로!
목표 중 가장 추상적이었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자아실현’이 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하고 싶었던건 독서, 글쓰기, AI로 서비스 만들기 정도였던 것 같다.
[글쓰기] 티스토리에서 시작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낯을 가리는 사람인지라, 온라인 매체와 낯가림을 텄다는 것 자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인플루언서가 될 것도 아니니, 조회수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잘 표현하는 연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AI] AI를 활용해서 데이터 수집, 백엔드 설계, 프론트엔드 개발까지 나름 훌륭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낯가림 이슈로 외부에 url을 공개하지는 못했는데, 이건 좀 후회된다.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쓰는지 봤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2026년에는 APP을 하나 출시해서 홍보까지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독서] 꾸준히 했다. 어려운 책 3권, 가벼운 책 3권 정도. 독후감은 2권밖에 못 썼다. 2026년에는 욕심을 조금 더 내봐도 좋을 것 같다.
번외 : 주식 투자
초반에 말했듯이 2025년 한 해동안 배당금 포함해서 약 1억원어치의 수익을 실현했다. 종목을 잘 본 것은 아니었고, 타이밍을 잘 잡았다.
- 24년 말 모든 종목을 익절함.
- 25년 4월에 미장 재진입
- 25년 8월에 미장 다시 익절함
- 25년 9월에 국장에 올인
- 25년 11월에 국장도 전부 익절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한 마음에 근로소득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기도했다. 회사를 관두고 전업투자자를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가 26년 초에 전쟁 이슈를 얻어맞고(트럼프 진짜 가만히 좀 있어라) 꽤 크게 잃었다. 그래도 금방 회복한 수준이라 다행이다.
결국 배운 건 하나다. 안정적인 근로소득과 겸손이 가장 중요하다!
마무리
많은 일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게 좀 아쉽다. 이 회고를 바탕으로 2026년 목표를 더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회고를 작성하고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씩 구름이 걷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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